본문 바로가기

출판번역

채식주의자 - The Vegetarian #18

영혜의 독백. 

 

다시 꿈을 꿨어.

누군가가 사람을 죽여서, 다른 누군가가 그걸 감쪽같이 숨겨줬는데, 깨는 순간 잊었어. 

죽인 사람이 난지, 아니면 살해된 쪽인지. 죽은 사람이 나라면, 내 손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혹 당신일까.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아니면, 당신이 날 죽였던가... 그럼 그걸 감춰준 사람은 누굴까. 그건 분명히 나나 당신이 아닌데. 

... 삽이었어. 그것만은 확실해. 

Dreans of murder.

Murderer or murdered... hazy distinctions, boundarries wearing thin. Familiarity bleeds into strangeness, certainly becomes impossible. Only the violence is vivid enough to stick.

 

> 굉장히 많은 부분이 생략되고 축약됨. 혼란스러운 느낌만 강조. 원문은 원래 그 혼란이 화자와 사람들을 거론되며 서술되지만, 번역본에는 그 모호한 느낌의 서술을 살림. 

 

 

커다란 흙삽으로 머릴 쳐서 죽였어. 둔중한 울림, 금속과 머리가 부딪히던 순간의 탄성... 어둠 속에서 고꾸라지던 그림자가 생생해. 

A sound, the elasticity of the instant when the metal struck the victim's head... the shadow that crumpled and fell gleams cold in the darkness. 

 

이번 꿈이 처음이 아니야. 무수히 꿨던 꿈이야. 술에 취하면 예전에 취했을 때 기억이 나는 것처럼, 꿈속에서 지난 꿈 생각이 나. 수없이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였어. 가물가물한, 잡히지 않는... 하지만 소름 끼치게 확고한 느낌으로 기억돼. 

They come to me now more times than I can count. Dreams overlaid with dreams, a palimpsest of horror. Violent acts perpetrated by night. A hazy feeling I can't pin down... but remembered as blood-chillingly definite.

 

이해할 수 없겠지. 예전부터 난, 누군가가 도마에 칼질을 하는 걸 보면 무서웠어. 그게 언니라 해도, 아니 엄마라 해도, 왠지는 설명 못 해. 그냥 못 견디게 싫은 느낌이라고밖엔. 그래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굴곤 했지.

Intolerable loathing, so long suppressed. Loathing I've always tried to mask with affection. But now the mask is coming off.

> 뭐 때문에 무서웠고 못 견디게 싫은지 다 축약됨... 번역문만 보면 이게 뭔 소린가 싶다. 
그 뒤에 mask is coming off는 임의로 추가됨. 그래서 사람을 죽였다는 꿈을 꾼건지~~ 로 이어지기 위한 장치인 듯하다. 

 

그렇다고 어제 꿈에 죽거나 죽인 사람이 엄마나 언니였다는 건 아니야. 다만 그 비슷한 느낌, 오싹하고, 더럽고, 끔찍하고, 잔인한 느낌만이 남아 있어.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인 느낌,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살해한 느낌. 겪어보지 않았다면 결코 느끼지 못할... 단호하고, 환멸스러운, 덜 식은 피처럼 미지근한. 

That shuddering, sordid, gruesome, brutal feeling. Nothing else remains. Murderer of murdered, experience too vivid to not to be real. Determined, disllusioned, Lukewarm, like slightly cooled blood.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낮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여기 있었던 걸 이제야 갑자기 알게 된 걸까.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어져 있어. 

Everything starts to feel unfamiliar. Like I've come to the back of something. Shut up behind a door without a handle. Perhaps I'm only now coming face-to-face with the thing that has always been here. It's dark. Everything is being snyffed out in the pitch-black darkness. 

 

 

오디오북 세 번 들으며 처음엔 번역서 보면서 읽고, 그다음엔 한글이랑 비교하면서 듣고, 세 번째는 한 문장 문장 멈춰가면서 비교하고... 

애초에 생략된 부분이 많아 비교하면서 듣기 혼란스럽다. 그리고 영어로 주는 시적인 느낌이 익숙하지 않아 더 헤매게 된다. 이게 맞는 번역인가? 싶은 느낌. 

 

그래도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이런 서술 방식도 익혀보면 좋을 것 같아 옮겨 봤다. 

 

파이참 기본 폰트인 Jetbrains Mono가 맘에 들어서 그걸로 바꿔봄

뭐 하는 짓이냐, 너는 그렇다 치고 한창 나이에 정서방은 어쩌란 말이냐?

What d'you think you're playing at, hey? Acting like this at your age, what on earth Mr Cheong think?

네 나이에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뜻에 더 가까움
-> what on earth Mr Cheong would eat at home?

누구도 공공연히 말하진 않았으나, 아내에 대한 질책이 그날로 준비돼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Even if no one said it openly, it was plain to see that they were all getting ready to give my wife a dressing-down

dressing-down 비난, 질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