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고

2023년 회고

2022년 9월에 이직을 했다. 2022년 회고에서도 이직 후 달라진 점들을 말했지만,
2023년을 온전히, 이직한 직장(이제는 현 직장이라 부른다)에서 보낸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2022년과 달라진 점들

- 근무 환경이 달라졌다.

전 회사는 1달에 1번 꼴로 출근을 했다. 밀접하게 일하는 팀원분들과 매일 소통을 했지만, 사실 얼굴을 본 적이 두 손으로 꼽을 정도기도 했다. 그리고 주 3일을 출근하는 현 회사로 이직을 했다. 팀원분들과 얼굴을 더 자주 보다 보니, 일을 하다 애매하거나 어려운 점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쉽고, 업무 방향에 대한 피드백도 더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필요한 만큼 자주 물어보지는 못했다. '내가 이런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내가 이 부분은 제일 잘 알아야 하지 않나?'와 같은 검열&오만한 생각을 해서 일의 진척 상황이 많이 늦어진 적이 있었고, 동료들이 그 점을 피드백해 주어 2023년에는 '일단 찾아보고, 해볼 수 있는 만큼 해보고, 30분-1시간 반 정도 해보고 안 되면 도움을 구하자'란 마인드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이런 분들이 나와 같은 팀이어서 뿌듯하고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팀에서 일하고 있다. 자연스레 나도 그들에게 더 좋은 동료가 되고 싶어진다. (아직 쉽지 않고 시행착오도 많지만..) 좋은 동료의 기준은 뭘까, 생각해 봤는데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동료란

  •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분담할 수 있는) 동료
  • 업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동료
  • 업무 관련 논의나 질문을 편하게 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동료
  • 업무나 기술 이야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동료,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나도 저 모든 사항에 해당될 수 있도록, 2024년에는 더 노력해야겠다! 

함께 일하는 대상이 달라졌다. 전 회사에서는 팀원분들과 일을 했다면, 현 회사에서는 모든 개발팀과 밀접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사내 개발 조직 전체에서 가장 메시지가 많은 채널이 우리 팀과 다른 개발팀간의 협업 채널이기도 하다 ㅎㅎ)
그러다 보니, 같이 업무를 하는 대상이, 어떤 서비스를 맡아서 책임지고 일하는 개발자들인 경우도 많은데, 으레 그런 분들은 경력이 짧지 않은 시니어이시기 때문에, 쪼렙인 내가 처음 하는 업무로 익숙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을 때 굉장히 죄송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협업 업무를 하기 전에 최대한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함께 논의할 사항을 체크해 가고, 내가 아직 잘 모르는 점은 팀원분들께 물어보고 진행했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은, '내가 생각하는 게 절대 전부가 아니다. 상황에 맞지 않는 & 좋지 않은 방법일 수 있으니 꼭 팀에게 피드백을 구하자'이다. 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시야가 넓지 않아 모르는 항목도 있고, 조직에서 당연하게 해 왔던 항목을 모르는 부분도 있었다. (팀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2024년에는 알쏭달쏭한 순간에는 꼭 팀에 피드백을 구해야겠다 다짐한다. 

업무 기회가 달라졌다. 전 회사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고, 그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말을 해도 기회를 얻기 어려웠었다. 하지만 현 직장에서는 내가 '팀에, 조직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팀장님께 말씀드리거나, 팀 논의 시간에 가져가서 의논 후 그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특정 업무의 책임자로 일하는 경험을 SRE로서는 신입인데도 하게 되었다. 이런 환경이 흔치 않은 것을 알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업무의 스코프가 달라졌다. 예전, 찐 신입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범위와 규모의 일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 사내의 애플리케이션 로그 저장/조회 시스템을 개편했다.
- 사내의 코어 서비스를 EC2 환경에서 EKS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을 했다. 기존에 잘 돌아가던 서비스가 새 EKS 환경에서 문제가 생기면 서비스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신경 쓸 요소가 많다.
- K6 부하테스트를 개발자가 직접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사내에 전파했다. 8팀과 PoC를 했고, 공개 이후 10팀 이상이 해당 부하테스트를 직접 사용하는 고객이 되었다.
- 회사에서 하는 외주 프로젝트의 인프라 구축에 실무자로 (거의) 홀로 투입되었다. 새 서비스를 위한 AWS 계정 생성부터 VPC 환경 구축, 서버를 위한 ami, 서버 생성과 배포 파이프라인 구축까지 새 서비스를 시작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해보고 있다. 
- 회사의 서비스들이 돌아가고 있는 EKS 업그레이드를 1.21부터 1.25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내가 하는 일이 사내 개발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우면서도,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동력이 되었다. 흔히 돈을 받는 직업인을 '전문가'라고 하고, 해당 전문가는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정과 퀄리티를 책임진다고 하는데, 그 말의 의미를 직접 일을 하면서 경험해 본 한 해였다. (찐 신입일 때 했던 업무는... 내가 전문가 급이었나?라고 하면 결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항상 '지금보다 더 잘 하고 싶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그러지 못해 좌절한 적도 많다. 하지만 내가 너무 나의 현재 상태에 비해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는데, 나를 주니어란 틀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 아직은 모르는 게 많아도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어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 뭐... 더 노력해야지 어쩌겠는가! 더 잘하기 위한 액션 아이템이나, 업무 탬플릿을 만들어서 업무에 적용해보기를 시도해보고 있다.


- 스터디를 사내 구성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좌 : 신입 시절 했던 스터디, 우 : 이직 후 했던 스터디

신입 시절 했던 스터디와 이직 후 했던 스터디의 공통점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한 스터디였지만,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이직 후 했던 스터디의 반 이상은 '사내 구성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달라진 점이, 
- 이전엔 연차가 고만고만한 개발 커뮤니티의 구성원들과 스터디를 했다면, 사내 스터디에는 다른 팀 팀장님들도 종종 계셨다. 구성원의 연차가 다양해졌다.
- 하고 싶은 스터디가 있으면 같은 팀 팀원분들부터 꼬셔서 스터디를 열었다.
- 좋은 개발 문화와 방법론, 기술 등이 있다면 '우리 조직'에서 적용할 방법을 구성원들과 논의해 보고, 실제로 조직 내에서 작게나마 적용해보기도 했다. (기술 문서 작성 완벽 가이드를 읽고 개발팀을 대상으로 전파하는 기술 문서를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회사를 담당하시는 AWS SA분과 함께 EKS Workshop 스터디를 개발팀과 하며, EKS 환경으로 서비스를 점점 이전해 나가는 회사에서, 개발팀과 EKS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후 스터디를 함께 한 개발팀 구성원분들이 담당하는 서비스를 EKS로 함께 이전하기도 했다.) 

- AWS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2022년에도 AWS 한국 사용자모임 밋업에 다니며 업계에서 AWS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는 사례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회사의 팀원분들과 올해부터 AWS 성수 지역 소모임을 시작해, 2023년에 밋업을 7회 열었다. 

밋업을 운영하다보니 다양한 업계 사람들과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고, 밋업 동안 & 밋업 이후의 뒤풀이에서 업계와 기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아직은 자세히 모르는 내용의 키워드라도 주워듣고 '단어는 어디서 들어봤는데.. 그게 ㅇㅇ할 때 사용하는 거였지' 하고 알 수 있는 키워드가 늘기도 했다.

SRE로 일하면서 13명 정도의 팀 내에서 여자가 나 혼자기도 하고, 비슷한 규모의 회사 3곳 이상도 비슷한 성비(여성 엔지니어는 혼자)를 보이는데, 그 엔지니어들끼리 서로 알고, 친해지고, 조직 내에서 소수라서 생기는 고민이나 이야기들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AWSKRUG Women In Cloud 모임을 만들고, 2023년에 밋업을 3회 열었다.

Women In Cloud 모임에서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네트워킹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정보 없이 이야기를 이것 저것 나누다가 나중에 직무를 물어봤는데 나와 직무가 같은 거다. 백엔드, 프론트 엔지니어라면 이런 경험이 낯설지 않으실 수 있겠으나... 위에서 내 팀과 다른 회사 내 SRE팀의 성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경험을 해본 게 처음이라 너무나 놀라웠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Women In Cloud 모임을 열고 난 3개월간 3번 정도 했다. (이렇게 좋은 Women In Cloud 모임을 영업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밋업을 2023년동안 도합 10번 이상 열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나는 모임을 열고, 운영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고, 꽤 잘하는 것 같다. (성수와 Women In Cloud모임 둘 다, 매번 정원이 다 차면 대기리스트까지 있는 모임이다.) 

SRE로서 업무를 하다보면 사실 쉽지 않은 점이 더 많았다. 처음 해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고, 팀장님 같은 분은 '당연히 알지 않나' 싶은 부분을 몰라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런데 모임을 여는 건, 내가 이미 전에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전에 AWSKRUG 밋업을 10번 이상 참여해 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었다. 

여기서 '잘 한다'는 걸 어떻게 정의할까... 모임이나 밋업의 경우는, 참가자가 예상한 인원 이상으로 많고, 다음 모임도 꾸준히 찾아주는 참가자가 있냐, 모임의 목적에 맞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는가(기술 관련 세션이라면 참여자들이 집중하며 세션을 듣고, QnA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는지, 네트워킹 중심의 모임이라면 참여자들이 네트워킹을 어색하지 않고 활발하게 하는지), 참여자가 모임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지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모임의 재방문률이 15-21% 정도로 모임을 다시 찾아주는 참여자들이 있고
  • 모임에 대한 만족도 설문 조사를 실시했을 때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 나왔다.

는 점에서 모임을 성공적으로 열었던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AWS Community Day 2023의 스태프로 참가했다. 서버리스 분야의 핸즈온 진행을 도와주는 스태프로 들어가서, 핸즈온을 따라 진행하는 사용자들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가서 문제 해결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10분 이상의 문제를 해결해 드렸고, 원인을 영 모르겠는 단 한건의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드려서 뿌듯했다. 😎 

사실 전부터 나는 누군가가 개발 관련된 환경 설정, 인프라 셋업 등에서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다가가서 '뭐가 안 되니 어디까지 해봤니 요거 해보면 어떠니' 하고 참견하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그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 대한 흥미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해당 분야를 좋아하고 잘 한다는 것도 말이다.

SRE로 업무를 할 때, 개발팀 분들이 인프라 관련된 문제를 겪고 있을 때,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거나 구석구석 살펴봐서 문제의 실마리와 원인을 찾고, 결국은 해결하는 것에 도파민이 분비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난 있다. 사실 이런 경험 할때마다 너무 짜릿한데, 그런 순간을 되돌아보면 '적성 찾아 현재의 길로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개발 커뮤니티나 행사에 27번 참여했다. 

(AWS 행사는 18번 정도 참여했다.) 가장 인상깊었던 행사를 꼽자면, 인프콘이나 당근 SRE 밋업이었던 것 같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 이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이고 그 구체적인 예시는 무엇인가(플랫폼 엔지니어링 등)를 접하고 집에 가면 나도 당장 이것저것 배우고, 실제로 적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신선한 자극을 받고, 업계의 국내 최신 동향을 커뮤니티나 행사에서 접하게 되는 것 같다. 

24년부터는 AWSKRUG의 플랫폼 엔지니어링 밋업의 운영진 중 하나로 참여하며 플랫폼 엔지니어링에 대한 한국어 자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 같다. 일단 AWS re:Invent 2023에서 플랫폼 엔지니어링을 다룬 세션에 대한 한국어 자막을 만들어볼까 싶다. 

 

- 커뮤니티나 밋업에서 발표를 6번 했다.

기술 관련 발표는 사내에서 진행한 것 1번이고, 나머지는 스터디나 성장,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였다. 처음 발표를 할 때는 목소리가 정말 염소처럼 떨렸는데... 발표 횟수가 늘면서 점점 덜 떨게 되는 것 같다. 정확히는 덜 떨 수 있도록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발표 연습을 내가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 하거나, '이 주제는 내가 이 자리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 중에 한 명이야' 하고 마인드컨트롤을 한다거나.

발표 자체에 대한 피드백을 찾아봤는데,

  • lv.0 신입을 버티게 해준 개발 커뮤니티 - 10점 만점에 9.28점
  • 사내에서 진행한 기술 발표(K6 부하테스트)의 경우 10점 만점에 9.73점 정도를 받았다 ㅎㅎ 

사내에서 진행한 기술 발표의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것을 첨부해본다 ㅎㅎ

사실 커뮤니티 등에서 발표를 할 생각을 올해 전까지는 못 해봤다. 그런데 다른 개발자분의 2022년 회고글을 보고, '모든 발표 기회에 도전했다'라는 부분이 너무 멋져서 나도 2023년에 발표 기회가 있다면 가능한 한 도전해보려고 했다. 2024년의 목표는 기술 발표 2번 하기다!

- 화상 영어를 시작했다.

원래 영어로 번역 일도 했었지만..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전환하면서 기술 문서나 영어로 읽지, 전문 번역가처럼 영어를 접하지 않으니 영어 실력이 점차 퇴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2023년의 AWS re:Invent 참석을 목표로, 해당 행사에서 업계 사람들과 기술 이야기를 원하는 만큼 하고, 스몰톡도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정도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40분짜리 화상 영어 수업을 14회 이상 했다.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만으로도 점차 입이 트이긴 하지만, 아쉬운 점은 플랫폼이 알려주는 문법 실수나, 튜터가 고쳐주는 더 자연스러운 문장에 대한 복습을 열심히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처음 화상영어를 시작했을 때 영어를 구사하는 정도에서 크게 발전하지는 못한 것 같아, 2024년에는 매 수업 전에 꼭 30분 이상 복습을 한 후, 수업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심각해 보이고.. 주변 사람들이 그런 거 왜 하냐고, 하지 말라고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봤는데, 사실 아주 만족하면서 상담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2회 이상 한 것 같다.) 상담을 시작한 계기는, 업무 중에 생기는 스트레스와 고민을 잘 해결하고 싶어서였는데, 2-3분의 선생님을 거쳐 현재 정착(!) 한 선생님은 내 고민에 대한 선생님의 답을 하기 전에 나에 대해 먼저 파악해보자고 하셨고, TCI 검사, 클리프턴 강점 검사 등을 통해 나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계기를 주신 고마운 분이다. 

덕분에 내 기질과 성격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업무를 하며 생기는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고민이 있다면 그 근원이 어떤 심리에서 기인하는지 분석해 볼 수 있었다. 내게 취약한 점이 있다면, 그 취약한 점을 마주하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가를 선생님과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내가 약한 점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걸 통제하려고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내 강점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즐거워하고 곧잘 하는 것들(커뮤니티나 밋업을 열고 운영한다거나)이 있다면, 그걸 왜 좋아하고, 어떤 이유로 내가 그걸 잘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런 강점을 알게 되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과 내 직무의 특성이 맞는지(예를 들어 문제 해결을 좋아한다면,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 등의 직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지), 업무를 하면서 고민인 부분이 있다면, 내 강점을 활용해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을지 등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여담인데, 내가 정착한 선생님은 꽤 오랫동안(10년 이상?) IT 엔지니어로 일하시다가 상담으로 커리어를 전환하신 분이다. (이런 사실은 모르고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엔지니어 분야에서 커리어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선생님을 적극 추천드리고 싶은데...! 아직 추천드릴 일이 없어 아쉽다. 저희 선생님 EAP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으로도 뵐 수 있는 분이니... 만약 심리상담이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저에게 편히 말씀주시죠!! 

- 커피챗, 모각코를 각각 1달에 1번 이상은 했다.

2023년에 모각코를 몇 번 했는지 세보려다가,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이랑 헷갈려서 횟수를 세긴 실패했지만 1달에 1번 이상의 빈도로는 했다. 12회 이상을 한 셈이다. 

스터디를 함께한 구성원들, 같은 조직에 있던 분들, 개발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된 분들과 커피챗도 1달에 1번 이상의 빈도로 했다. 커피챗을 하다 보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관심이나 삶의 방식, 그 사람이 인생을 나아가는 방향을 접할 수 있어서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 같다. 누군가와 커피챗을 하기 전의 나는 어떤 분야(GenAI나 개발 교육, DevRel 등)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많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누군가와의 커피챗을 통해 특정 분야나 키워드를 접한 후로는 그 키워드를 이후에 종종 곱씹어보며, 이후에 뉴스레터나 글을 통해 접할 일이 있으면 흥미 있게 보는 사람이 되었다. 

- 2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

이번 해에는 밀리의 서재에 돈을 열심히 기부하며 내 나이만큼의 책은 못 읽었다. 하지만... 세어보니 개발책보다 비개발 분야의 책을 2배 이상 읽어서 신기했다. 독서 목록을 보니 일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구나 싶다. 이런 건 책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책으로나마 내가 현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실마리나 방법 등이 있을까? 를 살피고, 업무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 이력서, 포트폴리오 리뷰를 7번 이상 했다.

평소 3개월에 한번 정도는 이력서를 리뉴얼하기도 하고, 리뉴얼을 하면서 속해있는 개발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이력서,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몇 번씩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에 7분 이상의 이력서를 보고 상세한 피드백을 드렸다. 아직은 쪼렙이라 다른 분들께 이런 경험을 말하는 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니어니까 다른 신입/주니어분들께 줄 수 있는 좀 더 생생한 팁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나보다 이력서 더 잘 쓰신 것 같고, 내가 보기엔 흠 잡을 게 없는데 서류 합격률이 0에 수렴한다는 분을 3분 이상 만나서 놀라기도 한 해였다. 요새 신입 취업이 너무 빡세진 것 같다.

- 이력서를 랠릿에 공개했다.

트위터에 공개했을 때, (올리고 하루 정도 지나 지우지만), 도합 500개 이상의 북마크를 받은 이력서다. 이직할 마음으로 공개한 건 아니고, 랠릿에서 이력서를 공개할 때 '지금 직장에 만족해요' '가벼운 티타임 좋아요' 등의 분류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회사 분들이 본다고 가정해도 민망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소 만나지 못했던 업계 분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연락온 분들은 거의 헤드헌터였다. 이 이야기를 아는 테크 리크루터 분께 말하니 "그럴 줄 알았다."라고 하셔서 나만 순진하게 기대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정말.. 업계 분들을 만나고 싶었다고요 ㅠ


공유하기 부끄럽지만,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해 실패의 경험도 적어보려 한다.

-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에 참여했지만, 개발 분야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Argo Workflows라는 오픈소스를 기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개발 문서를 기여했지만, 컨트리뷰션 기간 동안 개발 이슈로 기여하지는 못했다. 사실 쓰면서도 좀 부끄러운데... 

해결할 이슈로 Good First Issue 라벨이 붙은 이슈를 잡았지만, 해당 이슈가 로그 관련이라 Go알못이 처음 기여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오픈소스 컨트리뷰션 아카데미를 하며 makefile, devcontainer 도 처음 써봤다. Goland로 테스트 코드 돌려보는게 왜 이리 쉽지 않나!! 하면서 몇 시간 이상을 붙잡고 좌절하기도 했다. 컨트리뷰션을 같이 하는 분들께 종종 도움도 구했지만... 하고 싶은 것들이 잘 되진 않아서 아쉬웠다. 내가 적시에 도움을 알맞은 방법으로 끈기 있게 구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다른 이슈로 넘어갈까? 하고 보면 딱히 흥미로운 이슈도 없고.. 우리 회사에서도 Argo Workflows를 사용하는데, 컨트리뷰션 기간 동안 사용할 일이 다른 업무로 인해 생각보다 없어지면서 개선하고 싶은 점을 찾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다. 변명만 길어지는 것 같은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다른 업무가 있더라도 Argo Workflows 이슈를 적극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더 했으면 어땠을까? 개선점이 보이면 그걸 붙잡고 어떻게든 기여하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 업무에서 개발 업무의 비중을 많이 가져가지 못했다.

사실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퇴근 후 1-2시간이라도 짬을 내 개발 업무를 했더라면 말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업무를 하다 보면 당장 해결해야 할 운영 이슈들이 심심찮게 터지고, 그러다 보면 업무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당장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 일들의 시간 비중이 커서, 개발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적으니 다 핑계 같긴 하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6시를 개발 업무에 할애하겠다 마음먹으며 업무 캘린더에 스케줄도 잡아놨는데, 지킨 날이 하루 이상 없었던 것 같다. (이쯤 되니 좀 심각해진다.) 사실.. 다른 업무를 하느랴, 다른 업무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지 못해서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도 있지만, 정말 하고 싶더라면 어떻게든 했을 것 같아서 내 의지의 문제도 있던 것 같다. 

2024년의 목표는 하루 8시간 근무 중 2시간은 개발 업무 하기 인데, 지킬 수 있으려면 어떤 장치를 더해야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예를 들어 오전엔 팀 지라 티켓을 하고 수요일/금요일 오후에는 개발 업무에 올인한다거나... 


2023년을 돌아보면, 

  •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
  • 많은 기회에 도전했고
  • 커뮤니티 활동을 활발히 하고
  •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해였던 것 같다.

2024년의 나는 

  • 업무 전문성을 더 갖춘
  • 좋은 동료가 되고 싶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년 7월 회고  (0) 2023.08.05
2023년 5-6월 회고  (0) 2023.07.02
2023년 3월 회고  (2) 2023.04.01
2023년 2월 회고  (0) 2023.03.01
2023년 1월 회고  (1) 202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