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2025년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난기류' 다.
처음 비행기를 타서 난기류를 겪을 땐 화들짝 놀라며 긴장하게 되고, 괜히 눈을 감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봐도 무서웠다.
하지만 장기간의 비행 중에 몇 번이고 난기류를 만나면 나중엔 점차 무뎌졌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도 했다.)
어차피 목적지의 방향은 고심해서 내가 정한 후, 비행기에 탄 다음 난기류를 마주하게 되지 않는가?
내게 2025년이, 삶이 그런 느낌이었다.
이직
올해 제일 중요하게 한 의사 결정 중 하나이자, 의도적으로 컴포트 존에서 나온 경험이다.
엔지니어 4년차가 되어서도, 처음 국비교육을 들었을 때 과제를 하면서 만들었던 코드가 화면에 의도대로 나타났을 때의 짜릿함을 잊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 그만한 감동과 탄성, 재미를 주는 순간들이 있었으면 했다. 이대로 십 년 차, 십오 년 차가 되어서도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데...' 하면서 말을 흐리기는 싫었다.
그래서 개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떠났다.
이직한 곳(현재 회사)에서 온보딩 때는 인프라 위주로 기여하기로 하고, 점차 개발 비중을 높여나가기로 입사 전부터 리더와 기대치를 조율하며 업무 분야를 협의했다.
온보딩 기간에 처음으로 한 태스크는 배포 파이프라인 개선이었는데,
과거에 내가 SRE팀에서 개발팀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포 파이프라인과 인프라 환경을 만드는 일을 했다면,
현재는 개발팀에서 실제로 코드가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 단의 코드를 수정하며 직접 pr도 올려보고,
배포도 하면서 '내가 만든 배포 파이프라인... 개선할 여지가 많다...' 하고 느끼면서 더 최적화도 하고,
이전보다 빨라진 빌드/배포 속도에 흐뭇해하기도 했다. (점점 서비스가 커지면서 최적화는 계속되어야 하지만...)
지금 속한 팀은 기본적으로 풀스택, 혹은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Product Engineer 를 지향하는 팀인데,
덕분에 처음 인프라 태스크를 할 때부터 Java/Kotlin+Spring 백엔드 레포, TypeScript 프론트 레포, PHP 레거시 레포를 조금씩 찍먹(?) 하면서, 코드 단에서 자잘한 것들을 수정하며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얼마 전에는 대고객 서비스 중 한 기능의 백엔드+프론트 를 다 해야 하는 작업을 맡아서 했는데, (정말 다행히 95%쯤 비슷한 화면을 다른 프론트 분이 직전에 작업해 주신 상태여서 참고할 수 있었다) 아무리 AI 바이브코딩의 시대라고 해도... .... .... 좌절과 절망을 하면서 아 나는 프론트는 안 되겠다... 하고 느낀 좋은 경험이 되었다. (하지만 QA티켓 15개와 함께 작업은 잘 끝냈다 후후)
성과측정
인프라 태스크는 다른 개발 태스크에 비해 전/후의 수치적인 비교가 좀 더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굵직한 태스크를 하면서는
- 작업 전 성공 지표 정의
- 해당 지표의 현재 현황 측정 을 하려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이 끝나고 성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정리하기 용이했고, 업무 성과 평가 문서를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현재 회사에 Grafana로 비즈니스/매출 현황, 인프라 모니터링을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셋업하고 여러 대시보드들을 만들기도 했다.
왜냐면... 회사가 잘 되고 있나 시시때때로 궁금하고 확인하다 보니 더 쉽게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 회사에서 팀장님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회사 매출 현황판 보면서 잘 팔려라~~ 하시는 모습을 보고선 그때 당시에 잘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내가 그러고 있다...ㅋㅋㅋ)
기존보다 데이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과 서비스를 만들었고, 기왕이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잘 썼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 구글 SSO도 달았는데, 완전 잘한 선택이었다.
로그인에 별다른 온보딩/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보니 본사(지금 다니는 회사는 본사가 있는 회사의 자회사다)의 마케팅팀, 영업팀, 재무팀, 제품을 만드는 분들을 비롯하여 대표님! 들도 들어와서 보시는 걸 보고 내심 신기하고 뿌듯했다.
지금은 회사 전체 인원의 35%가량, 우리 회사만으로 따지자면 80%가량의 인원들이 해당 프로덕트의 사용자다.
대시보드를 만든 이후, 개발팀에서 런칭한 신기능 이후 비즈니스 지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쉽게 가시화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마케팅/영업팀 등 유관 부서의 분들께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시각화하면 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이런 점들을 좋게 봐주셔서, 작년에 입사 후 채 1년이 되지 않았음에도 우수 사원 수상을 받게 되었다. 아직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도 않고, 연말에 직원들에게 수상을 하는 회사에 다니는 것도 처음이지만... 좋게 봐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고 그렇다. 💗
외부활동
Tech Voice For Women
2024년 즈음 자주 생각하던 의문이 있었다.
왜 IT/테크 컨퍼런스에 가면 여성 연사자는 극히 드물까? (2024년 말 즈음, 최근 3개년 한국의 개발 컨퍼런스에서 집계한 여성 연사의 비율은 9.1% 였다.)
하지만 연사자<운영진<자원 봉사자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건 왜일까?
이런 현상을 바꾸기 위해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AWS 전 DevRel 이신 Kristine 에게 이 고민을 말했더니,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기술 발표에 대한 교육 세션을 제공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전문 분야는 아니었지만, AWS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기술 발표를 많이 하시는 뛰어난 엔지니어/관계자 분들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는 시기였고, 나는 실행력 하나는 자신 있었다.
그래서 서울 우먼잇츠 3기 스터디 리더가 되어, 7주간 기술 발표를 준비하고 도전해 볼 수 있는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했다.

AWS에서 Solutions Architect로 일하시는 휘경 님, AWS DevRel로 일하셨던 Kris, JetBrains에서 DevRel로 일하시는 Cheuk 께 스터디의 취지를 말씀드리며 도움을 요청드렸고, 다들 너무나도 흔쾌히 수락하시고 시간을 내주셔서 '기술 발표를 어떻게 준비하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세션을 진행해 주셨다.

스터디는 무사히 끝났다.
스터디에 대한 결산을 해보자면, 11명의 스터디원 중 6명 이상이 2025년에 1군데 이상의 발표 무대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발표/핸즈온

개발 커뮤니티에서 4번 정도 발표를 했다.
- Devfest Incheon 발표 : (엔지니어가 된 이후) 만 4년간 주간 회고를 지속한 것에 대한 이야기
- Defy Default 여성의 날 발표 : 아는 것 하나 없고 일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쪼렙의 실수 안 하려고 시스템 만들어 간 분투기
- Women In Cloud 라이트닝 토크 : 현 팀장님께 성과 측정/어필 잘한다는 말 듣고 기고만장해져서 ㅋㅋㅋ 한 성과 측정/어필 꿀팁 공유

AWSKRUG Women In Cloud 운영진 분들과 AWS Community Day에서 핸즈온 세션 하나를 맡았다.
- 해당 핸즈온에서 진행자를 하진 않았고, AWS 핸즈온 세션을 처음 준비해 보시는 다른 운영진 분들이 핸즈온을 더 잘 진행하실 수 있도록 사전준비+현장에서 참여자분들이 어려운 점이 있으면 가서 도와드리는 역할을 했다.
총평: 기술 발표를 하나 정도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 아쉽다. 만약 2026년에는 발표 기회가 있다면 기술 주제를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겠다.
(아무튼 글 쓰는) 글쓰기 모임

양다솔 작가의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란 책에 소개된 글감들을 골라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온라인 글방에 참여했다.
개발블로그 말고, 월간/연간 회고글 말고도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평소 넘실거렸는데, 기회와 조건이 주어져야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평소 쓰는 글이 일기장 + 간간히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회고글... 말고는 없었다.
정기적으로 모여서 각자 써온 글을 낭독한 이후, 서로 글에 대한 피드백이나 코멘트를 주는 형식의 글방인데,
가끔은 내가 너무 대책 없이 솔직한 글을 써서 무슨 용기로 공유까지 하는 걸까 걱정될 정도의 글을 쓰지만, 함께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글방과 동료들의 존재가 너무 소중하다.
꾸준히 지킨 것들 👍
- 심리상담을 정기적으로 하며 업무/일상에서 생기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 월별로 만다라트를 작성하며 목표 관리를 하고, 이행 현황을 추적했다.
- 가능하면 매주 주간회고를 하는 편이다.
- 해빗 트래커로 일상에서 지키고 싶은 습관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럭저럭 지킨 것들 😁
- 운동(PT)은 상반기까진 꾸준히 매주 했는데, 하반기에 허리아픔 이슈로 쉬다 보니 쭉 안 하고 있다...
- 링글로 영어 회화 공부를 하고는 있는데, 당장 이직할 것은 아니다 보니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늘 고민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지도 늘 고민이다...
잘 못 지킨 것들
- 평소 개발 공부를 꾸준히 해야지 하면서 꾸준히/열심히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건 뭘까? 내가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뭘까? 난 뭘 하고 싶은 걸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일단 답은 직장인 개발자인 것 같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붙잡고 있으려니 한없이 붙잡을 것 같아, 일단 업로드하고 쫌쫌따리 추가해 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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