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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번역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 비교 10일차

와 벌써 10일 차라니... 귀찮아서 적어야지 적어야지 하다가 처음 적는다. ㅋㅋㅋㅋ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여기에 여타 예술 장르와의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은 음악이나 미술과 달리 ‘언어’를 표현 수단으로 삼는다. 음악의 재료인 소리와, 미술의 재료인 이미지는 인류에게 보편적이어서 국경 밖으로 쉽게 전파되지만 문학은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 번역의 도움 없이는. 부커상 재단이 영국에서 번역되어 출간된 외국 소설을 대상으로 맨부커 국제상을 제정하면서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 시상을 하고 상금도 절반씩 지급하는 데서 보듯 창작 못지않게 중요한 작업이 번역이다. 그래서 2016년 맨부커 국제상 수상작은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한강이 쓰고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The Vegetarian』이다. 한술 더 떠 데버러 스미스가 『The Vegetarian』의 저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스미스의 번역을 대략적으로 평가하자면 내용을 크게 누락하지 않으면서도 원문에 종속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어의 문장 구조를 그대로 영어에 대입하면 흐름이 끊기고 리듬이 어긋나기 마련인데 그녀의 문장은 영어로만 놓고 보아도 짜임새가 훌륭하다. 문학 번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기준은 원작의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번역해내느냐다. 이 점에서 『The Vegetarian』은 『채식주의자』가 한국어로 거둔 문학적 성취를 영어로 엇비슷하게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스미스는 단순히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영국 문학에 한국 문학을 성공적으로 이식한 것이다.

 

『The Vegetarian』을 생각한다. 한국어를 배운 지 7년밖에 안 된 영국인이 영어와 전혀 다른, 한국어라는 까다로운 언어를 어떻게 독해하고 풀어냈을까? 게다가 쓸 만한 한영사전과 한국어 관용어 사전이 없는 처지에서(이를테면 어떤 사전은 ‘안방’을 ‘main room’으로 풀이하고 또 어떤 사전은 ‘living room’으로 풀이하는데, 전자는 문학 번역에 쓰기 부적절하고 후자는 의미가 다르다) 원문의 뉘앙스를 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쉽게 짐작된다.

번역한다는 것, 번역된다는 것, 노승영,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이 글을 보고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와중 좋아하던 책방에서 채식주의자의 번역판인 바로 그 책을 보게 되었고, 그 길로 바로 구입했다.

 

 

중고로 사면 좀 싸다. 책방에선 18000원인가 그랬음...

 

요건 아마존 audible 에 있는 미국판 오디오북. 대부분의 경우 내레이터가 남자다.

 

채식주의자는 이북으로 구입!

사실 옮겨서 필사하는 것의 효율성을 생각해보자면 The Vegetarian을 이북으로 사고 채식주의자를 종이책으로 살 걸 그랬으나.... 나는 반대로 샀다. 사실 한->영 번역 공부를 하고 싶었던 나였기에 영어와 한글을 하나하나 다 따라 치면서 그래도 공부는 되겠지, 싶어 하는 중이다.

이 분량... 짧아보이지.... 나레이터가 읽으면 1분 40초쯤 되는 분량인데 받아 적고 단어랑 표현 찾아보고 더 나은 번역 뭐 있을까 고민하면 이걸로 30분 쌉가능...

이런 식으로 채식주의자 이북을 보며 아마존 audible로 The vegetarian 미국판을 들으며 1차 비교를 한다. 좀 읭스러운 문장은 멈추고 바로 페이퍼백을 보며 비교하고, 바로 비교 필사가 필요할 것 같으면 엑셀에 정리한다. 아니면 한 문단을 한국어 책을 보며 오디오북을 쭉 들으며 읽고, 그다음에 페이퍼백을 보며 오디오북을 비교한다. 오디오북의 경우 미국판, 내가 산 페이퍼백의 경우 영국판이다. 미국-영국식 영어 단어가 다른 경우 지금까지 2번 봤고.. 그 외에 오디오북의 장점은 오역의 경우, 반영이 되어 재녹음이 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간에 ??? 싶은 문장이 있어 페이퍼백만 보고 따라 치고 일단 번역 고치고 오디오북을 들으면

내가 허접스레 영작한 것보다 ㅋㅋㅋ 우월한 찐 미국인식 영어로 고쳐져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근데 오늘 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다. 역자의 의도였다고 하나, 데버러 스미스는 종종 행위의 주체를 헷갈려하는데 그러면 오역이 된다.

한국어가 주어랑 목적어를 잘 생략하긴 하지...

알지, 당신이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

의 부분이

if you knew how hard I've always worked to keep my nerves in check.

이렇게 번역이 되었다.

nerves in check : - 거의 정신을 못 차리다. 겨우 정신을 차리다.

If you knew when you rush, how hard I've always~ (조건 상황이 설명되면 좋았을 것)

요건 내 코멘트. 이렇게 번역되면 좋았을 텐데 하는 부분도 적고 있다.

she balanced rice and soybean paste on a lettuce leaf, then bundled the wrap into her mouth and chewed it slowly.

밥과 된장을 상추에 싸서 볼이 불룩하게 넣고 씹었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

아마 화자가 남성 아닐까 추정됨…

-> I wrapped rice and soybean paste on a lettuce leaf, and chewed it slowly.

무튼 쫌쫌따리 번역 비교는.. 계속됩니다..

audible이 30일 무료지만 일단 무료 크레딧으로 다운받은 오디오북은 계속 들을 수 있는 것 같기 때문에.. 후후

 

 

#채식주의자 #thevegetarian #출판번역 #한영번역 #번역공부